work/직장이야기

[퇴사로그] 나는 왜 퇴사를 결심했을까

꿀귤_ 2022. 10. 12. 21:51

나도 이렇게 퇴사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적당히 벌어서 살아야지 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그거면 되지 싶었다.

직장에 대한 로망은 딱히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도 없이 입사했다.

 

그래도 성격상 월급루팡은 맞지 않아 맡은 일은 제대로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다녔다.

맡은 일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일이 없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쟤네 팀은 안바쁘잖아.'

'다른 사람에 비해 ~씨가 맡은 일이 많아 보이지는 않거든요."

 

아니, 내가 업무를 선택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배정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인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내 업무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단순히 겉으로만 보고 말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일을 해도 상관없는데 난...

그래서 다른 업무도 해보고 싶다고 인사팀에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내가 하는 업무가 단순 반복이 많다 보니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당연히 다른 팀으로 가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맡은 업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했고, 성과를 인정받아 외부 기관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또 새로 시작한 업무라 아무것도 없었는데 1, 2년이 지나 매뉴얼도 생기고 사업도 자리 잡아가는 걸 보면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 돌고 돌았는지 우리 팀에 있는 팀원이 하나둘 다른 팀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팀 업무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나와 팀장만 이 팀에 남게 되었다.

 

팀에 일이 없어 보였던 건

겉으로 티 나지 않는 자잘한 업무가 많다는 걸 윗선에 어필을 못한 내 탓도 팀장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팀원들이 떠나니 빈 공백은 다 내가 메꿔야 했다.

첫인상이 중요하듯 일이 없어 보인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팀이라 그 정도는 네가 해도 되지라는 생각을 가진 듯했다.

 

한 명씩 빠질 때마다 내 일은 늘었고 급여는 그대로였다.

거의 한직처럼 치부되던 팀이라 일이 많든 적든 전혀 관심 없었다.

그리고 애매한 업무만 나한테 남아 있었다.

'내가 일을 못해서였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자 나는 여기를 나가야겠다 싶었다.

일을 할수록 현타가 왔다.

 

직원을 무능하게 바라보는 경영진
직원이 바쁜 걸 이해 못 하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계약직을 돌리는 곳

사실 이런 문제로 벌써 직원의 20% 정도가 퇴사한 상태였다.

 

'과장이 왜 사원보다 못해' 
'보고서 읽지도 않았어'(네가 쓴 보고서가 형편없어서 읽고 싶지 조차 않아)
'걔가 뭐가 바쁘다고 야근수당을 받아'
'주말출근은 왜 했어'(수당 주기 싫어서 하는 말)

 

일반적인 회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말들을 들으며 정이 뚝뚝 떨어졌고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는 나 자신이 싫었다.

소통을 좋아하던 나인데, 점차 단절을 원하게 되는 것도 싫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위 이유가 퇴사를 해야 하나? 처음 생각하게 되었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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